소이프 디자인 아카데미 6기에는 미술 전공 대학생들의 참여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 중 순수미술 전공 1학년, 잘생긴 미대오빠 조니(닉네임)를 만났습니다. 1 자립해서 일을 하다가 대학교에 입학했네요. 대학입시와 퇴소를 준비하던 고등학교 3학년 때 다리 수술을 받게 되면서 퇴소가 남들보다 늦어졌어요. 시설에서 나와 처음에는 자유로운 게 마냥 좋았어요. 실컷 놀고 술도 먹고 돈도 벌고 싶었죠. 그러다 지인 분의 소개로 병원에서 야간 서버관리 하는 일을 1년간 했었어요. 밤새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혼자 있다가 장례 문의 전화도 많이 받았어요. 낮밤이 바뀐 일을 1년정도 했고, 파주 출판단지 인쇄공장에서도 일했어요. 수술 이후 다리가 자주 아팠지만 '무슨 일이든 1년 이상은 하자!' 라는 마음으로 버텼어요. 수술 이후 대학은 저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했었는데, 어린 시절부터 미술에 재능이 있다는 말을 자주 들었고,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도 그림 그리냐고 늘 묻는 거예요. 6개월 동안 포트폴리오 준비에 전념하여 실기수시전형으로 미대에 입학하게 되었어요. 제게 대학은 자기계발의 과정이기보다 쉼인거 같아요. 모든 것을 혼자 생각하고 해결하면서 지쳤나봐요. 대학생이라는 신분이 제겐 쉼이고 울타리예요.. 지금은. 2 다리 수술 이야기를 물어봐도 될까요?어려서부터 발 크기가 다르다는 것은 알았지만, 걷고 뛰는 데 문제가 없었어요. 성장하면서 다리가 자주 아팠고 특히 아픈 다리로 무릎꿇고 기도할 때 너무 힘들었지만 모든 사람들이 다 아픈줄 알고 한마디 표현도 안했던거죠. 선천적으로 문제가 있던 것을 모르고 있다가 고3 체육시간에 양호실에 갔다가 큰 병원을 가보라고 하시는 거예요. 처음에는 성장판을 멈추는 수술을 받았지만 효과가 없어서 다리 뼈를 잘라 양쪽 길이를 맞추는 수술을 했어요. 일주일에 6회를 열고 철심을 박고, 빼고... 지금까지 가장 힘들었던 것이 아픈거예요. 그냥 아픔이 제일 큰 고통이었어요. 수술이 많은 것을 변화시켰어요. '아프다는 표현조차 안해서 이런 일이 있나?' 하는 생각에 내 감정을 표현하게 되었어요. 때로는 거칠게.. 3 순수미술 전공학생으로서 소이프 디자인 아카데미에 참여하니 어땠나요?대학생이 되어 좋고 그림에 재능이 있다고 들어왔지만, 전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림을 그리다보면 나의 내면을 마주하게 되어 힘들거든요, 계획하고 어둠을 그리겠다고 하지 않아도 표현이 되는 거 같아요. 남들에게 저의 내면을 보이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가짜를 그리고 싶지는 않아요. 디자인 아카데미를 통해서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툴을 배우고 직접 이것저것 해보니 재미있었어요. '나를 브랜딩하라'는 주제로 4년 동안 함께 지내 온 강아지와 함께 나를 캐릭터화하면서 나의 또다른 면을 보게 되었어요. 학교를 다니면서 디자인 관련 업무를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좋았어요. 태어난지 40일 만에 보육시설로 보내져 초등학교까지 줄곧 시설 내에서만 지내다, 시설 밖 중학교를 갔을 때 느꼈던 낯선 시선들. 선천적으로 아픈 다리를 아프다 말 한마디 못하고 참고 지냈던 시간들, 수술하기까지, 수술 후에도, 지금도 혼자 감당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아픔... 이 모든 시간에 괜찮냐고 물어봐주고, 옆에 있어줄 누군가가 있었다면.. 조니의 앞길엔 아픔보다는 기쁨이 더 많기를 기대하며,우리 친구들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곁에서 함께해 줄 수 있는 어른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